티스토리 뷰
아버지를 원망하는 아들
여기 아버지를 원망하며 살아가는 아들이 있습니다. 이름은 영배.
영배는 차량 담보 업계에서 알아주는 에이스 직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차를 담보로 돈을 빌려가지만 생활이 나아지기는커녕 더 살기 힘들어 돈을 갚지 못합니다. 영배는 이런 사람들을 찾아 돈을 받아오거나 차량 압수를 하는 일을 합니다. 힘든 사람들이 한 번 봐달라고 애원을 해보지만 영배는 오히려 그들을 야단칩니다. 부모가 돼서 돈 빌려갔으면 잘 살아야지 이게 애들 돌보는 거냐며 쓴소리를 해댑니다. 하지만 영배도 마음은 좋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도 잘 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배는 자신이 이렇게 힘들게 살아가는 게 아버지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어린 여동생으로 이루어진 행복한 가정. 영배는 아버지를 참 좋아했습니다.
옛날에는 차를 갖고 있는 집이 흔하지 않았는데 어느 날 개인택시기사가 된 아버지가 차를 집 앞에 갖다 놓자 동네 사람들이 차 구경을 나왔었습니다. 그런 아버지가 자랑스럽고 집에 차가 생겨 우쭐했던 영배.
가끔 아버지랑 차 안에서 의자를 뒤로 젖히고 누워 얘기도 나누고 차를 타고 드라이브도 했습니다. 그러다 차 옆으로 다른 차량이 추월하면서 비상등을 켜고 가는 것이 궁금한지 아버지한테 물어봅니다. 아버지는 차가 지나가면서 비상등을 켜는 건 뒤차에게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라고 인사하는 의미라고 가르쳐 주고는 한 번 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영배는 어려서 모르는 부모님의 불화가 있었습니다. 아마 돈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어느 날 갑자기 견디다 못한 아버지가 가족을 버리고 집을 나가버립니다.
생계를 위해 엄마가 청소일을 하다가 그만 쓰러집니다. 영배는 급하게 공중전화 박스에서 아버지에게 메시지를 남깁니다. 엄마가 쓰러져 병원에서 수술 중인데 병원비도 필요하고 보호자가 필요하니 빨리 와달라고 애원합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끝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고 엄마는 수술실을 나오지 못했습니다.
그 이후부터 영배는 가장이 되어 버렸고 아버지를 원망하며 살기 시작했습니다.
영배의 위기
영배는 보스의 지시로 동료와 함께 빨간색 스포츠카 한 대를 맡아서 몰고 옵니다. 영배는 동료에게 빨간색 스포츠카를 자기 친구 동식에게 탁송해줄 것을 부탁했으니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합니다. 그때 여동생의 전화를 받고 일을 뒤로한 채 아버지 집으로 향합니다.
영배는 원망이 커서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조차 외면하고 싶어 하지만 '그래도 아버지인데 장례는 치러야 한다'는 여동생의 말에 마지못해 상주 노릇을 합니다.
그러다 갑자기 동료의 전화 한 통을 받는데 친구 동식에게 탁송을 맡겼던 빨간색 스포츠카가 없어졌다는 소식에 당황해합니다.
이 일을 눈치챈 조직에서도 발칵 뒤집어지고 보스와 일당들은 영배를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아버지 집까지 쳐들어 온 보스와 일당들은 넉살 좋게 아버지 영전 앞에 인사까지 드리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할머니는 집에 온 손님들을 마냥 좋게만 보시니 답답합니다.
집 뒤뜰로 끌려간 영배는 무릎을 꿇고 사정을 해보지만 보스가 들어주지 않습니다. 영배는 그 자리에서 울며 아버지 장례는 치르게 시간을 달라고 떼써봅니다. 보스가 마지못해 허락을 하지만 영배가 도망갈까 봐 집에 같이 머무르게 됩니다.
아버지의 낡은 스텔라
영배는 어떻게든 빠져나와 친구 동식이를 찾아야 모든 일이 해결될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게 머리를 굴리던 중 영배의 눈에 들어온 게 있습니다. 바로 아버지가 몰던 스텔라 자동차 키.
영배는 모두가 잠에 빠진 틈을 타 아버지의 낡은 스텔라를 몰고 집을 빠져나오는 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스텔라는 1987년식으로 너무 오래돼서 속도가 최대 50km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속도는 느려 터지고 에어컨은 고장 나고 음악도 나오지 않는 고물차가 희한합니다. 뒤늦게 쫓아온 보스와 일당을 여러 번 따돌릴 때도 차가 저절로 미끄러지듯 움직여 위기에서 구해주고, 난감한 상황에서 어쩔 줄모를 때도 방향지시등이 저절로 켜져 갈 길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갑자기 음악이 켜지고는 꺼지지도 않고, 차가 팡팡 터지면서도 잘도 움직입니다. 끝내 보스와 일당에게 잡혀갔을 때도 차가 스스로 움직이더니 경찰까지 데려오는 이 차는 뭘까요?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 후 폐차창에서 마지막을 향해 가는 스텔라가 영배에게 인사라도 하듯이 혼자서 비상등이 깜빡깜빡거립니다. 영배의 눈에는 마치 아버지가 자신을 도와주고는 이제 갈게 하고 인사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영배는 그런 스텔라가 너무나도 안쓰럽기만 합니다.
아버지에 대한 영배의 오해
보스의 잃어버린 빨간 스포츠카의 대금을 메우기 위해 낡은 스텔라를 팔려고 자동차등록증을 가지러 다시 아버지의 집을 들렀을 때입니다.
여동생이 영배에게 장례 안 치르고 뭐 하고 다니냐고 따져 묻다가 책상 위에 약봉지를 보게 됩니다.
그것을 본 할머니가 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해주시는데.
사실 아버지는 그 옛날 엄마의 수술비가 필요하다는 영배의 메시지를 들었습니다. 그럼 그때 왜 병원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까요? 그 메시지를 듣고 바로 수술비를 구하기 위해 장기밀매 업자에게 신장을 팔았던 겁니다. 아버지도 그런 수술을 하느라 병원에 오지 못했던 거예요. 그러나 장기밀매업자의 불법수술이 제대로 됐을 리가 없죠. 아버지는 그 수술 이후로 계속 약을 먹어왔고 아이들이 다 컸을 때쯤에는 이식 수술이 필요할 만큼 건강이 나빠져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영배가 힘들게 일하고 있을 때 아버지에게 신장을 이식해 줄 수 있냐는 여동생의 전화를 받고 화를 냈었던 적이 있습니다. 가족을 버리고 나갔던 아버지는 죽기 전에 아이들에게 용서를 받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비 오는 날도 비를 맞으며 아들 집 앞 거리에서 기다리기도 했으나 영배는 차갑게 눈길 한번 안 주고 지나쳐갑니다. 그런 아버지가 신경이 쓰였는지 영배의 여자 친구가 우산을 받치고 아버지를 만나러 나오기도 했습니다.
영배는 이런 것들을 모릅니다. 그저 아버지가 가족을 버리고 갔고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도 병원에 나타나지 않아 원망이 더 욱 커졌을 뿐입니다.
그랬던 영배가 죽음의 위기를 스텔라 덕에 모면했고, 폐차장에서 찌그러지기 직전에 비상등을 깜빡거리는 스텔라를 보면서 아버지를 느낍니다.
영배는 모든 일이 다 끝나고 장례를 마치기 위해 아버지 시신 앞에 스스로 섭니다. 아버지의 배에 난 수술 흉터를 보고 한 없이 울기만 합니다. '아버지 미안합니다', '제가 잘못했어요'.
다시 부활한 스텔라
영배가 아버지에 대한 오해를 다 풀고 영화가 끝난 줄 알았습니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면서 작은 화면이 나오는데, 뒷얘기가 궁금해 끝까지 보게 됐습니다.
폐차장에서 차가 찌그러지기 일보직전에 "잠깐만요"라고 외치던 영배가 차를 데려왔나 봅니다. 얼마나 반갑던지요.
꽉 막힌 도로에서 산통으로 괴로워하는 아내를 태우고 가는 영배가 불쌍해 보였지만 그 낡은 스텔라가 반짝반짝 빛이 나고 멀쩡하니 도로를 달리고 있는 것이 보기 좋았습니다. 마치 아버지와 같이 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행복하세요. 부자 되세요.
'마블 시리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캡틴 마블, 가장 강한 영웅이 돌아왔다 (2) | 2023.04.21 |
---|---|
희생정신이 투철한 퍼스트 어벤져 (0) | 2023.04.12 |
영화 "위대한 쇼맨" - 바넘 효과의 인물 (0) | 2023.01.14 |
범죄도시 2 : 또 한 번의 범죄 소탕 작전 (0) | 2022.07.24 |
특송 : 정확한 시간에 정확한 장소로 배송 (0) | 2022.07.16 |